한 달에 두세 부씩 정기 구독 문학지가 들어온다. 생활이 잠시 무료해질 만하면 문학의 향기 날리며 글과 종이를 잘 짜서 만들어진 고깃배들이 만선을 하고 내 방에 정박하는 것이다. 많은 친구들이 기억하는 것처럼, 석유를 슬쩍 쏟은 듯한 활자 냄새 풍기며 무협지 속의 협객처럼 날렵하게 담을 넘던 신문을 기다리던 때가 있었다. 사설을 노트에 옮겨 적으며 한자와 글씨 공부를 하던 중·고등학교 시절이 그랬고, 원대한 포부를 한 방으로 달래줄 수 있기를 기대하며 주식 시세 때문에 이른 새벽 몇 번씩이나 현관 앞을 어슬렁거리던, 결코 가볍지 않던 30대의 시간들이 그랬다. 이제 생각해보면 고깟 주식 가격 오르고 내림에 따라 일희일비했던 지난날이 심히 부끄럽기도 하지만, 그래도 고스톱 못치고 한탕 복권 절대 사지 않았던 나에게 대견함을 느끼며 다행이라 위안을 한다. 신문을 기다리던 옛 시절과는 상황이 같지 않지만 허전한 가슴을 메워줄 알뜰한 텍스트를 고대하는 기다림, 더구나 큰 이익 바라지 않는 출판인들의 정성 가득한 책을 받는 일은 하나의 아름다운 일임에 틀림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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