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술 상자 주변을 맴돈다고 모두가 마술사는 아니다 계엄군 아비가 브라운관 바꾸라는 명령을 하달할 때마다 낮은 포복으로 기어들어가 채널을 돌려야 하던 원하는 번호를 한 번도 선택해보지 못한 불운한 세대를 기억한다 액정 디스플레이도 이제 새로운 체험을 필요로 한다 드라마 속 환상은 산산조각으로 깨진 지 이미 오래고 눈으로만 즐기려는 스포츠는 의미 없는 몸놀림일 뿐 자릿세 뜯는 양아치처럼 두 팔 걷어 부치고 애들 호주머니나 터는 방송국 기자는 더 이상 펜도 멘토도 아니다 떠들썩한 친구들 사이 텅 빈 공간이 그리워 사이버 행동강령 북적대는 네트워크 2호선에 몸을 싣는다 거미줄 같이 얽혀 사는 페이스북에서 만난 백여덟 가지 소문들 환승역인 인스타그램을 한 정거장 남겨두고 하나 둘 보이지 않더니 모두 사라지고 없다..